EXPERIENCE

[큐레이터 토크] 과천관 30년 특별전: 한국현대미술작가시리즈 <김태수>, 전시에 스토리를 더하다

2016-04-07 | VIEW 1261

지난 3월 26일 <큐레이터 토크: 김태수>가 열렸다. 이번 큐레이터 토크는 관람객에게 한국 건축의 대표적 작가이자 모더니스트 건축가인 김태수의 삶과 건축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큐레이터 토크는?
큐레이터와의 만남을 통해 전시와 작품을 보다 쉽고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전시 연계 교육 프로그램. 전시의 다각화 해석을 통해 작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조망하고, 전시 기획부터 설치까지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큐레이터를 통해 직접 들을 수 있다.

- 참가비 무료, 신청은 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사전 예약을 통해 참여 가능합니다. + 더보기


한국현대미술작가시리즈 김태수 전


연대기를 통해 본 김태수의 작품세계


이번 큐레이터 토크의 진행자는 박근태 학예사로 스무 명의 참가자와 두 시간가량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1부는 건축가 김태수의 작품 세계 및 그의 건축물에 관한 프리젠테이션, 2부는 큐레이터와 함께하는 전시실 투어가 마련되었다.

1층 로비 특별 강연장에 모인 참가자들에게 건축가 김태수의 작품 활동 연대기를 설명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참가자는 20대 초반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되었다.

박근태 학예사는 "김태수가 미국으로 건너가 예일대학교로 유학하던 시절 어떻게 동양적 서정성과 미국의 건축문화에 덧입힐 수 있게 되었는지 알아보겠습니다."라며 배경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김태수 건축가는 한국 현대건축의 대표적 원로 작가이다. 이번 전시의 영문 제목이 "Tai Soo Kim Retrospective: Working in Two Worlds"인 것처럼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현재도 왕성한 활동을 해 오고 있다.

처음 김태수가 미국으로 건너가 예일대학교로 유학하던 시절 어떻게 동양적 서정성과 미국의 건축문화에 덧입힐 수 있게 되었나 하는 배경설명으로 강의가 시작되었다. 서울대학교 석사를 마치고 그는 바로 유학의 길을 택하게 되었고 미국의 전형적인 건축 문법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더할 수 있게 되기까지 어려움과 성공의 과정을 알려주었다.

큐레이터 토크가 특별한 것은 설명의 밀도가 높다는 것. 자료에는 "김태수 건축가가 예일대학교를 졸업하면서 자신만의 건축언어를 갖게 되었다."고 적혀있다. 큐레이터 토크에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가 확장된다.

“20명 남짓 되는 클래스에 한국 사람은 혼자였다. 외국 동료들의 작업스타일은 현란하고 화려했지만 김태수 건축가는 단순하고 간결했다. 그래서 한번은 그들의 스타일을 따라 작업을 했다. 그럴 듯 해 보이는 설계도가 나왔다. 왠지 모를 자신감도 들었다. 하지만 담당교수는 전체 클래스를 모아 '태수가 정체성을 잃고 너희들을 따라 하고 있다. 너희들이 바뀌지 않으면 태수가 망가질 수도 있겠다.'라고 일갈했다. 그 순간 김태수 건축가는 자신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동양적 서정성과 미국의 합리성을 믹스하거나 더 나아가서는 문화와 문화 차이의 간극을 녹여 내는 작업 스타일이 이때부터 싹트게 되었다'고 말했다."

김태수는 1960년대 예일대학교 졸업프로젝트를 마치고 건축설계사무소를 열어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훗날 인터뷰에서 예일대학교 졸업프로젝트를 회상하면서 ‘미국에서 받은 문화충격이 오히려 나만의 것을 찾게 만들었다. 그때 머리에 떠오른 것이 해방 직후 1년간 머문 경남 함안의 초가집 지붕들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진 모습이었다. 그것을 작품에 담고자 했다.’고 전했다.


김태수 건축가의 작품활동을 연대기적으로 짚으면서 한 작가에 대한 전체적인 조망이 가능하도록 설명이 이어졌다.

1970년대 중반까지 김태수는 개인주택 작업을 많이 하게 된다. 이때 그가 살고 있는 주택을 짓게 되는데 미국법이 허락하는 한 최소 규모로 집을 설계했다. 좋은 건축이란 최소한의 공간과 간결한 구성으로 충분하다는 그만의 철학이 잘 반영된 집이었다.

이후 1970년대 후반부터 공공건물로 작업의 영역을 확대해 뉴잉글랜드의 문화적 전통과 환경의 존중하면서도 동양적 정서가 느껴지는 ‘미들버리 초등학교’ 작업 등으로 자신만의 건축언어를 인정받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 미국 해군 잠수한 훈련시설 역시 큰 주목을 받은 작업이다.

"'미국 해군 잠수함 훈련시설'의 건축주인 미국방성이 잠수함 운영의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창을 없애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그런데 김태수 건축가는 그 요구가 너무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밖에서 안을 못 들여다 보지만 안에서는 밖을 볼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심해에서 긴 시간을 보내야 하는 잠수함 승무원에게 교육기간 동안만이라도 햇살과 개방감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하자고 의도였다. 그의 건축이 사람을 그 중심에 두려는 의도가 잘 드러난 사례이다."

1982년 이후 2000년대까지 그는 국내외로 인정받는 건축가가 되었다. 외국에서 먼저 인정받고 난 후에 비로소 김태수는 한국에서 인정받기 시작하여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교육보험 연수원, LG 화학기술 연구소, 금호미술관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게 된다.

“한 번은 아프리카에 튀니지 미국대사관 설계를 의뢰 받았다. 이 작업은 아프리카와 미국의 문화가 적절히 섞인 설계로 극찬을 받았고 국제적으로 분명한 자리매김을 하는 기회가 되었다. 서로 다른 문화를 긍정적인 방식으로 융합하여 건축에 적용할 수 있는 경지를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이제는 그의 단순, 담백한 건축 언어가 문화를 통합하는 보편성을 얻게 된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큐레이터 토크


한 시간 동안 1층에서 강의를 통해 들은 뒤 전시실을 함께 돌며 실제 작업을 확인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시작은 과천관의 설계에 대한 이야기였다.

“랜드스케이프를 해치지 않는 나지막한 구조, 초가집 지붕을 연상시키는 돔의 형상, 횡으로 넓게 펼쳐진 다단계 건축 구조가 호기심을 자아낸다. 막상 내부로 들어서면 이곳이 매우 큰 건물인 것을 알 수 있다. 불필요한 장식요소가 최대한 배제된 실내는 원래 그 공간에 걸릴 작품의 주목도를 높이기 위함인데 이점이 공간을 쾌적하고 여유롭게 한다. 채광창이 달린 천장 아래 중정을 만들고 빛이 잘 드는 쪽 벽을 전체 유리로 처리하여 공간이 언제나 밝게 빛나도록 만든 점도 김태수 건축가답다. 층간 구조를 엇갈리도록 하여 이동에서 오는 피로감을 호기심이 이겨내도록 재미있게 만들었고 위압적이지 않지만 절로 몸가짐을 조심하게 되는 기품이 있는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후 제5 전시관에 마련된 8개의 공간을 차례로 돌며 강의 때 이야기했던 내용을 실제 작업으로 확인하는 방식으로 ‘큐레이터 토크’은 마무리되었다. 큐레이터 토크에 참여한 사람들의 반응은 진지했다. 전시공간을 돌면서 긴 설명이 이어졌지만 모두 집중력을 잃지 않고 흥미롭게 이야기를 들었다.

'큐레이터토크'은 해당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가 직접 강의를 진행한다. 큐레이터는 전시의 기획부터 마무리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 하는 총괄기획자 역할을 하는데 이때 작가의 작품세계를 뒷받침하는 인생 전체를 조망해 볼 기회를 얻는다. 그만큼 관객에게 전해 줄 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30년 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을 설계한 건축가 김태수. 국립현대미술관 30주년 기념 첫 전시가 그의 회고전으로 선정된 이유를 '큐레이터 토크'을 통해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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