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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기업 전시 후원과 미술_ 발전 방향을 점검하다

2016-04-06 | VIEW 1293

현대미술의 발전에 있어 기업의 후원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최근에는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아티스트 개인이 소화하기 어려운 규모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후원하는 아트마케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5: 안규철 -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전을 연장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도 그 중 하나이다.




세계적인 전시 플랫폼과 한국 전시에 대한 고민


조진근: 대담에 앞서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기원 후원과 공립 미술관이 상생하고 있는 만큼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기업 전시후원이라는 주제에 따라 전체 진행을 담당한 이대형 님께서 화두를 던져주시기 바랍니다.

이대형: 문화의 세기로 불리는 21세기. 아이러니하게도 미술관은 재정 독립성이란 화두를 안게 되었습니다. 지난 10여년 서구 주요 국공립미술관의 정부 지원은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습니다. 머지 않아 한국 역시 이런 흐름 속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입니다. 예술과 자본의 만남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런데 이 둘의 만남에 있어 중요한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자본의 속성에 상관 없이 지켜져야 할 예술의 독립성입니다. 어떤 플렛폼이어야 한다는 방향성을 논의하는 단계에서는 미술관과 기업이 함께 의견을 모아갈 수 있겠지만, 본격적으로 어떤 작가의 어떤 전시를 기획할 것인가의 단계에서는 철저하게 미술관의 큐레토리얼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조진근: 메세나 기업 후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안규철 작가님, 이번 전시를 진행하면서 아쉬운 점이나 작가로서 흔들린 점은 없었나요?

안규철: 먼저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와 같은 규모의 후원을 받아 전시하게 된 것은 작가로서 커다란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저는 상업시스템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미술관이나 기획전시를 중심으로 작업해왔습니다. 우리나라 미술 환경은 공공미술관의 재원이 부족하고 미술 시장 규모가 작고 시장은 컬렉터의 취향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다른 시도를 해왔던 작가로서 이번에 하려고 했던 작업을 최대한 구현했다는 점에서 저에게는 각별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현대차 측의 간섭은 전혀 없었습니다. 한 가지 주문이 있었다면, 작가로서 이제까지 해보고 싶었지만 실현하지 못했던 것을 해보라는 것이었지요.

신보슬: 사립미술관에서 근무하는 큐레이터로써 입장이 조금 다릅니다. 기업 전시 후원을 마냥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동료끼리 무섭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하는 컬쳐프로젝트만 봐도 그래요. 현대가 전시를 기업 홍보 이미지로 사용하지 않지만 블록버스터급 전시만 진행하다 보니 미술계의 다양한 목소리가 사라질까 우려됩니다. 또한 후원이 특정기업에만 집중되는 것도 걱정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대안공간들이 점점 문을 닫는 것을 보면서 신진 작가들이 어떻게 영역을 담보해 나갈 수 있을까 싶습니다.

조진근: 기업 전시 후원은 대안공간과 사립미술관에 어떻게든 영향을 미칠 텐데요. 마케팅으로 활용하진 않지만 근본적으로는 기업의 이미지 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봅니다. 기업 전시 후원의 시작점과 목표가 무엇인지 이대형 님께서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대형: 국립현대미술관과 세계적인 전시 플랫폼을 만들 수 있는 한국 전시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의 학예사분들이 해외 석학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위해 학예사와 작가를 동시에 선정해 전시, 출판, 세미나, 다큐멘터리를 통해 작가뿐 아니라 학예사도 프로모션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기업의 입장이 아닌 한국미술계의 입장에 서서 바라보려고 했습니다. 기업이 세상을, 사람을, 예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에 따라 페르소나가 결정됩니다. 인류의 감성적, 지적 자산의 결정체인 미술관과의 협업을 통해 기업이 미래 세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끊임 없이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진근: 요약해보면 기업 전시 후원이 브랜드전략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는 데에서 기여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현대미술에서 아방가르드는 기존 문화에 대한 비판입니다. 기업보다 더 큰 고민을 해야 하는 것 같은데, 안규철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안규철: 전시를 준비하며 후원 기업의 홍보전략 같은 것을 의식하지는 않았습니다. 또 후원을 받았기 때문에 스스로 어떤 한계를 정해야 한다고도 생각해본 적 없습니다. 앞으로 전시에 참여하게 될 여덟 명의 작가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신보슬 님이 말씀하듯이 중견 작가에게 지원이 집중되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절반 정도 떼서 젊은 작가들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지요. 하지만 현대차가 똑같이 지원하는 테이트모던이나 라크마 같은 미술관의 전시보다 나은 전시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처음부터 있었습니다. 이 전시를 통해 우리나라에도 주목할만한 전시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싶었습니다.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는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를 둘러싼 현실을 단순히 긍정하고 받아들이자는 식의 말랑말랑한 전시는 아닙니다. 이 전시는 우리 사회의 인문학의 위기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고, 관객에게 전달되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조진근: 신보슬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신보슬: 세계적인 작가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어찌해야 할까요? 영국의 테이트 모던 터바인 홀에서 전시하는 것도 분명히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까지 다 안으려면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 되어야 하고 방법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관람객이 채우는 전시, 현대미술을 이해하는 전시


이대형: 브랜드와 예술은 비교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브랜드 100년의 역사는 대단한 것이지만 예술은 천 년 이상의 역사를 이야기 합니다. 예술 앞에서 브랜드는 겸손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기업에서 단순히 마케팅 효과를 겨냥했다면 젊은 세대를 공약해야 하지요. 그러나 현대차는 3040세대가 아닌50대 중견 작가를 선택했습니다. 한국 미술계에 꼬옥 필요한 프로그램이 50대 중진작가를 프로모션하는 개인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에 세계적인 작가는 있지만, 거기에 걸맞는 세계적인 전시 프로그램은 부족합니다. 10년, 20년 이상 쌓아온 작가의 상상력을 모두 펼칠 수 있는 그런 플렛폼이 필요합니다. LACMA와는 중장기 한국미술사연구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왜 해외 미술관과 협업하는가 의아해 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내부(한국)의 목소리와 외부(글로벌)의 목소리가 함께 했을 때 비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한국의 석학(60%)과 글로벌 석학(40%)이 모여 함께 연구하는 것입니다. 미술관 파트너십 이외에도 Bloomberg와는 Brilliant Ideas라는 타이틀로 매년 25명의 작가를 선정해 30분간 작가들의 위대한 상상력을 평론가, 큐레이터, 철학가를 통해 심층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습니다. 위대한 생각은 국경, 성별, 나이를 초월해 모두에게 의미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입니다.

조진근: 안규철 작가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안규철: 저도 물론 더 넓은 작가층을 위해 후원의 대상과 방식이 다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문화재단이 나눠주는 신진작가 전시지원금이 대략 개인당 600~700만원 정도인데 매번 엄청난 지원자가 몰립니다. 지원받는 작가보다 못 받는 작가가 훨씬 많아서 심사를 하다보면 정말 안타깝습니다. 그만큼 젊은 세대 창작 환경이 열악합니다. 그런데 중견작가 세대는 이보다 나은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환경이 몇몇 기업 후원만으로 바뀔 수는 없어요. 문화융성 차원에서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저를 포함해서 선배세대 작가들이 지금보다 나은 환경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좋은 선례들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조진근: 신보슬 님은 지원 방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신보슬: 전시를 하다 보면 포토존을 만드는 건가 싶을 때가 있어요. 사진 찍기 좋은 공간이지 작가의 생각이 담기지 않는 것 같아요. 미술계의 치유력, 신진 작가에 대해서는 선후배의 연계가 있어야 합니다.

이대형: 신보슬 님의 의견에 덧붙이자면, 전시, 출판, 영상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한국의 신진 작가, 큐레이터를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조진근: 네, 잘 알겠습니다. 안규철 작가님, 관람객이 이번 전시를 어떻게 보길 바라셨는지 정리해주시기 바랍니다.

안규철: 관람객이 소극적인 구경꾼이 아니길 바랐습니다. 신기하고 화려한 구경꺼리로 채워진 공간이 아니라 억제되고 비워진 공간에서 관람객이 전시의 빈 공간을 채워가는 상태가 되기를 원했습니다. 이 전시에서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는 '손으로 글을 쓴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자로 일했던 특별한 경력 때문에 저는 가끔 미술과 글쓰기 사이의 중계자의 역할을 떠맡았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제 작업 자체가 이런 글쓰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그것을 이번 전시의 전면에 펼쳐 보았습니다. 전시공간을 몇 개의 시퀀스로 분할하고, 각각의 시퀀스가 코스 요리처럼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갖도록 구성했습니다.

신보슬: 저는 관객 참여형 전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안규철 작가님 전시는 달랐습니다. 동행한 손님들이 그 안에서 노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저도 오래 머물면서 보았고요. 친절하지만 메시지가 없는 전시는 아니었습니다.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는 마종기 시인의 시집 제목이잖아요. 마치 시집을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현대미술이 어렵다고 느끼는 관람객에게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안규철: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고 접근 할 수 있는 소재를 찾다 보니 사랑을 가져다 썼는데요. 앞으로 어떤 전시를 하던 간에 이론적인 논쟁보다는 모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중요한 이야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미술가의 화려한 담론으로 자신을 방어하는 데 집중하기 보다 옆 사람을 돌아보고 반응하고 집중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조진근: 결국 관람객을 위한 전시가 되어야겠지요? 안규철, 이대형, 신보슬, 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대형: 지나치게 관객의 눈높이에 맞추는 전시기획은 쉽게 타고 증발하는 휘발성 인화물과 같습니다. 다양한 외부 요소와 타협이 아닌 대화를 시도하고, 관객과의 새로운 소통방식을 고민하는 진지함 속에서 미술관은 예술의 독립성을 지켜내고, 관객들에게 더 깊은 감동을 선사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신보슬: 관람객을 위해 미술관 정량 평가가 줄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한 실천 가능한 툴을 찾아야 한다는 기획자의 고민도 계속 되어야 하고요.

안규철: 미술계의 선후배 작가들이 동료로서 연대감을 갖는 환경을 기대해봅니다. 이번 전시를 하면서 선배 세대에 속한 사람으로서 더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됩니다.

조진근: 참여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기업 전시 후원은 다각도로 발전하고 변화를 거듭해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또한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신보슬_토탈미술관 큐레이터&국립현대미술관 편집위원
안규철_미술가
이대형_현대자동차 아트디렉터
조진근_국립현대미술관 전시기획 1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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