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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영화를 생각하는 미술관, MMCA필름앤비디오를 말하다

2016-06-15 | VIEW 1722

지난 2년간 MMCA필름앤비디오는 베를린포럼익스펜디드_MMCA, 필립 가렐 회고전 등 무빙이미지 작품의 극장상영과 극장용 영화의 전시가 공존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자 노력했다. 새 프로그램 오픈을 앞둔 6월 7일, 서울관 디지털 정보실 2층 라운지 DAL에서 이와 관련해 대담이 열렸다. 김은희(국립현대미술관 전시2팀 학예사), 달시 파켓(영화평론가, 디지털매거진 Art:mu 편집위원), 김지훈(중앙대학교 영화학과 교수), 변성찬(영화평론가)가 한 자리 모여 발전 방향을 모색했다. 필름아카이브와 융복합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고민이 이어졌다.




예술의 영역이 허물어진 미술관 속 영화관


김은희: MMCA필름앤비디오는 영화가 상업적인 영역에서 발휘할 수 없는 고유한 예술적 영역을 다양한 형식으로 실험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새 프로그램 오픈을 앞두고 다시 한 번 그 의미와 역할에 대해 짚어보고자 합니다. 처음 미술관 안에 영화관이 생겼을 때 대중은 물론이고 내부에서도 큰 기대를 보였습니다. 한편에서는 현대미술과 관련한 작품만 소개해야 한다거나 영상자료원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또 영화인들은 예술영화전용상영관으로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2년이 지났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방향을 잡아가는 단계인 것 같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변성찬: 저는 먼저 미술관 안에 영화관이 생긴 현상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관에서의 상영과 갤러리에서의 전시를 병행해야만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작품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 영화관은 이런 형태의 작품을 수용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김은희: 60년대 유럽은 씨네클럽이 있어서 영화제작과 더불어 담론 형성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습니다. 현대에는 미술관이 그 기능을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술관 안의 영화관은 시네마테크와 예술영화전용관의 성격도 포함하고 있지만 영화로부터 출발해 더욱 확장된 범위의 프로그램이 기획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MMCA필름앤비디오는 하루 1회에서 2회 정도만 상영되기 때문에 상영과 더불어 시간에 쫓길 필요 없이 한 시간 이상 감독과 관객의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또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교환되고 축적되는 장소로 이용될 수도 있습니다.

달시 파켓: 미술관 속 영화관이라는 개념은 뉴욕 현대미술관(MoMA)이나 영국 테이트모던이 선구자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어디서 영향을 받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김은희: 영국의 ICA(Institutes of Contemporary Arts)도 있고, 뉴욕의 링컨센터나 파리 퐁피두센터처럼 미술관을 포함한 복합공간도 좋은 모델입니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은 30년대부터 필름라이브러리가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테이트 모던도 좋은 모델입니다. 두 곳은 영화와 연계된 광범위한 작업을 소개해 줍니다. 특히 올해 런던 필름메이커 Co-op(LFMC) 50주년을 맞아 테이트모던에서 진행한 시리즈는 존 스미스(John Smith), 리즈 로드(Lis Rhodes) , 존 아캄프라(John Akomfrah)의 작품 등, 실험영화부터 아티스트필름까지를 총망라하는 흥미로운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김지훈: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필름라이브러리를 갖추고 수집과 보존, 상영을 함께하게 된 것은 2차 대전 이후입니다. 테이트모던과 퐁피두 또한 이 세 가지 활동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상영에 일단 초점을 맞추자면 어떤 작품들이 이런 기관들에서 상영되었는가를 검토해야 합니다.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첫째는 작가영화, 다큐멘터리를 포함하여 제도권 영화에서 정립된 ‘예술영화(art cinema)’라는 관념을 뒷받침하는 작품의 상영이고, 둘째는 실험영화, 비디오아트 그리고 영화작업을 한 예술가들의 작품처럼 영화와 20세기 현대미술 사이의 교섭 속에서 역사적으로 정립된 ‘예술로서의 영화(film as art)’라는 관념을 뒷받침하는 작품들의 상영입니다. 이 두 유형의 상영프로그램 중 1990년대 이후 서구 현대미술관에서 후자의 유형에 속하는 작품들의 비중이 상영과 전시 모두에서 중요하게 취급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부터 퐁피두, 휘트니미술관, 테이트모던은 20세기 실험영화 및 비디오의 역사를 싱글채널 및 대규모 회고전을 통해 재조명해왔습니다. 이는 두 가지 맥락 때문입니다. 영화와 현대미술 간의 크로스오버가 활성화되면서, 20세기에 전성기를 누린 예술로서의 영화가 다른 예술과 마찬가지로 미술관에서 그 가치를 조명해야 할 보존유산(patrimony)이라는 인식이 생겼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또 한가지는 MMCA의 전시 프로그램에도 소개된 쉬린 네샤트, 타시타 딘, 윌리엄 켄트리지처럼 영화를 전시의 맥락에서 다루는 새로운 작가의 등장입니다. 역사와 더불어 MMCA 필름앤비디오의 프로그램을 되돌아보면 ‘예술영화’와 ‘예술로서의 영화’ 모두를 포용하고자 노력했고 그 색깔을 점진적으로 잘 정립시켜 왔다고 봅니다. 전자의 경우 필립 가렐과 가이 매딘 회고전, 후자의 경우 ‘섬광 혹은 소멸’과 ‘베를린 포럼 익스펜디드’등의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다만 지금까지는 영미권과 유럽권의 실험영화 및 싱글채널 비디오아트의 풍부한 역사가 덜 조명된 감이 있어서 이를 반영한 상영프로그램이 더 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미술과 영화의 경계가 흐려진 시대, MMCA필름앤비디오의 등장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역할에 대한 고민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지만 2년이 지난 지금 미술관에 잘 안착한 듯 보인다. 이제 확장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미술과 영화의 확장적 플랫폼으로


김은희: 들꽃영화상은 박찬경, 박경근처럼 미술의 영역에서 영화를 만드는 분들이 참여하시잖아요. 그들을 보면 두 분야를 경계에 둔다는 게 무의미해 보여요. 희미해지고 섞여가는 단계가 아닐까 싶어요.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익스펜디드란 이름으로 무빙이미지 아티스트가 소개되고 있으니까요. MMCA필름앤비디오도 영역을 확장하고 플랫폼이 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김지훈: 사실 전문적인 영상작가들 이외에도 다양한 국내 작가들이 무빙이미지 작품을 제작했고 이들이 국내 각종 개인전 및 그룹전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무빙이미지 예술을 독립적인 영역으로 조명하고 이를 비평적으로 평가하는 역할을 하는 국내 미술관이나 미술전문저널은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리움미술관에서 매년 시행하는 아트스펙트럼 기획전처럼, MMCA필름앤비디오에서 그 해의 주목할 만한 국내 작가 작품을 소개해주는 플랫폼을 만들면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변성찬: 현재 국내 미술관의 영화 관련 프로그램은 주로 해외에서 기획된 프로그램을 수입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국내 작품을 포함한 보다 적극적인 기획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김은희: 국내 작가들의 작품에 관심을 갖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어떤 작품이든 기획의도가 중요한데 MMCA필름앤비디오는 조금 강박적으로 이뤄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달시 파켓: 영화제 기획운영자 입장에서 보면 미술계와 영화계가 교류할 기회가 많아졌으면 해요. MMCA필름앤비디오가 매개체가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처럼 각 분야의 인프라가 협업하다 보면 다양한 기획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MMCA필름앤비디오는 예술영화뿐 아니라 실험영화, 아티스트필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상영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영화의 확장을 조망하고 시험하는 미술관의 색다른 시도인 셈이다. 미술과 영화라는 경계가 흐려지는 시점에서 MMCA필름앤비디오는 복합문화융합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MMCA필름앤비디오가 나아갈 길


변성찬: 저는 MMCA필름앤비디오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 유일한 미술관 속 영화관이라는 점에서도 그렇고, 국립이라는 점에서도 그렇습니다. 민영 미술관에서 하기 힘든 프로그램을 좀 더 자유롭고 과감하게 기획해서 해나가기를 바랍니다.

김지훈: 영화에 대한 전시와 영화적 영상 설치작품의 전시가 활성화되고 미술관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음은 고무적이지만, 이를 전문가와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는 담론과 지식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는 아직 국내 미술계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MMCA의 상영프로그램을 넘어선 다른 제도적, 담론적 실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먼저 국내에는 전무한 ‘필름앤비디오 전문 큐레이터십’의 인식 정립을 제안합니다. 앞서 말한 서구 기관의 영화와 비디오 상영 및 전시에는 바바라 런런, 스튜어트 코머, 크리시 아일즈, 크리스틴 반 아셰 등의 전문 큐레이터의 역할이 컸습니다. 이들을 초청한 콘퍼런스 또는 워크숍 형태의 행사를 통해 국내 큐레이터 및 전문가들이 필름앤비디오 전문 큐레이터십의 개념과 역할, 주요 문제를 공유하고 이와 관련된 역사와 리터러시를 배울 기회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교육프로그램 또한 필요합니다. 국내 여러 미술관과 문화센터 등에서 다양한 미술 관련 강의들이 있지만, 전시연계 강연과 같은 일회적 행사 말고는 실험영화와 비디오아트, 영상설치미술, 미디어아트에 대한 리터러시를 긴 안목으로 형성해줄 수 있는 연속적 강의 프로그램이 부재합니다. 영상예술에 대한 작가와 미술사 전공자들의 관심은 높아지는데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학교 안팎 모두에서 부재한 실정입니다. MMCA의 교육프로그램이 이런 영역에도 관심을 가지기를 바랍니다.

달시 파켓: 일단 MMCA필름앤비디오는 가능성이 많은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술관 내 영화 관객이 많아지려면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한 달에 한 번 정도 특별상영회나 강연이 열리면 좋을 것 같아요.

김은희: 말씀해주신 다양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향후 연구, 보존, 상영이 함께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내일 MMCA필름앤비디오가 다시 문을 여는데요. 내년 7월까지 5개 주제의 기획프로그램인 <이야기의 재건>이 진행됩니다. 앞으로도 관심 있게 봐주시길 바라고요. 국내 작가들의 좋은 작품들을 소개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MMCA필름앤비디오는 6월 8일부터 내년 7월까지 <이야기의 재건>을 주제로 작품을 상영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영화적 시간을 재건하고 또 하나의 세계를 공유하고자 마련되었다. 이야기의 재건은 '알레고리, 역사성의 환유'로 시작한다. MMCA필름앤비디오가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알레고리와 환유는 무엇일까? 미술과 영화가 뒤섞인 다른 낱말 혹은 새로운 메커니즘은 아닐까?



왼쪽부터 김지훈, 변성찬, 김은희, 달시파켓
왼쪽부터 김지훈, 변성찬, 김은희, 달시파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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