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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새로운 음식을 보는 세기를 맞았다

박찬일 | 글도 쓰는 요리사
2016-12-14 | VIEW 1420

〈미각의 미감〉 전시 비하인드

서울관에서 〈미각의 미감〉 전시가 열렸다. 올해 마지막 전시다. 도시를 생동하게 하는 음식 문화의 재발견을 목적으로 한다. 예전에는 맛집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맛에 집착했지만 이제 음식은 감각의 소비 행위에서 벗어나고 있다. 도시에서 식재료가 생산되고 거래되는 교류가 이뤄진다. 이번 전시는 도시와 음식의 관계를 13명의 디자이너가 각자의 관점으로 재해석 됐다. 도시 생동 (Food x Urban Mobility), 푸드 커뮤니티 (Food x Community), 음식을 통한 공유와 나눔 (Food x Sharing Culture). 세 가지 주제어를 바탕으로 다양한 삶의 양상을 ‘도시라는 무대’ 위에 펼쳤다. 음식 냄새가 나는 전시장, 북적거리는 관람객으로 완성되는 <미각의 미감> 전은 관객의 참여를 유도해 재미를 더하고 있다. 총 네 번에 걸쳐 진행되는 전시 연계 프로그램 <요리사와 함께 하는 라운드 테이블>의 첫 번째 순서는 '스트리트 푸드'. 글자 그대로 거리 음식을 주제로 작업하는 스페인 출신의 호르헤 마이네스 루비오 작가가 참여했다. 도시의 한복판을 재현한 전시장, 글도 쓰고 요리도 하는 박찬일 셰프가 호르헤 마이네스 루비오와 김태범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도시에 더해진 예술과 음식, 그 회색지대 같은 레시피에 대해.




포장마차, 에너지가 이동한다


▲김태범, <도시피크닉> 2016


음식은 이미 예술이란 장르에 포획됐다. 몇몇 유명한 요리사들은 아티스트라는 칭호를 얻었으며, 부와 명예를 누린다. 접시는 이제 ‘담는’ 용도에서 ‘그리는’ 용도로 영역을 넓혔다. 예술가들이 음식을 포집해서 자신의 발언 영역을 넓힌 것도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두 ‘장르’는 이제 서로 혼재되어 간다. 그것은 유행을 넘어 사조를 만들 것 같은 기세다. 우리는 지금 효용과 포만을 넘은 새로운 음식을 보는 세기를 맞았다. 지금 내가 만난 두 명의 예술가들이 그 전선(前線)에 서 있는 것은 물론이다. 김태범은 예사롭지 않은 공간에 아시아적인 음식문화의 교류와 현재를 만들어 넣었다. 그 작업은 오랫동안 한중일 삼국이 공유하던 음식문화의 다채로움을 대상으로 한다.



▲김태범 작가는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개입되거나 갖고 놀 수 있는 설치미술과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작업하고 있다.


그는 ‘포장마차’라는 어휘를 또렷하게 발음하고 있다. 한국의 건축현장에서 볼 수 있는 다공질의 블록을 놓고 도시에서 소비하는 음식문화의 일상성을 설명한다. 포장마차는 본디 서부극에서 보이는 이동형 마차에서 출발하여 한국에서 용도를 변경했다. 한국인들은 오랫동안 포장마차를 자신의 하루를 정리하는 데 이용했다. 포장마차는 스낵과 주류를 ‘불법적인’ 조건에서 판매했다. 도시 노동자들은 더위와 추위를 막기 어려운 포장마차에서 한잔하면서 자신의 계급적 위치를 확인하고자 했다. 그들은 오히려 열악한 포장마차의 조건에서 심리적 위안을 얻었다. 뒤에서 다룰 호르헤 마이네스 루비오의 작업 의도와 일치한다(저 어두운 골목에 있는 노점의 불빛이 주는 위안!).

김태범은 그런 도시 문화의 역사성에 자신의 작업을 접목하였는데, 포장마차의 본질적 기능인 이동성에 주목하고자 했다. 한중일 삼국에 있었던 이동판매 장비 중에서 이른바 우리가 아는 ‘철가방’의 원조에 해당하는 목제 배달통이 그것이다. 그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처럼 보인다. 완벽하게 입체적이며 수납과 이동이 쉬운 이 ’상자‘는 충분히 그의 작업의도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일본 태생이며 한국인의 피를 절반 가진 ’더블‘(자이니치의 수정된 세계관으로 하프가 아닌 더블이라고 한다)이다. 그는 일본에서 포장마차에 해당하는 ’야타이‘(屋台)’가 몰락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아직 성행하고 있는 현실에 주목한다. 자신의 이런 작업이 친구, 삶, 나눔 같은 에너지를 가진 포장마차와 같은 이동형 대중주점이 존속하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




따뜻한 중개자, 노점


  • 호르헤 마이네스 루비오(Jorge Mañes Rubio)
    ▲호르헤 마이네스 루비오(Jorge Mañes Rubio)
  • 호르헤 마이네스 루비오는 마드리드 태생이다. 그는 네 개의 클립을 걸어 전시하고 있다. 톈진, 마라케시, 일본과 이탈리아의 노점이 그것이다. 사람들은 사각의 스크린에서 익숙한 장면들을 보게 된다. 그의 카메라에 찍힌 노점은 끊임없이 음식을 만들고, 익명의 등장인물들은 그것을 먹는다. 전시장에서 필름이 돌아가는 동안, 그 대상들은 실제의 공간에서 여전히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 ‘실제’ 장면으로 그것을 예측할 수 있다. 사람들은 노점을 좋아하며, 그것의 싼값과 이동성과 용이한 접근을 사랑한다. 무엇보다 노점에서 사람들은 그들의 ‘동료’들과 쉽게 접촉한다. 루비오의 눈이 포착한 것이 바로 그 점이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 <요리사와 함께 하는 라운드 테이블>, 스트리트 푸드
왼쪽부터 호르헤 마이네스 루비오(참여작가), 안아라(홈그라운드), 홍보라(모더레이터)


그는 노점이 없는 도시(마드리드) 태생이다. 그는 여행하면서 노점에서 음식을 사 먹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인터뷰에서 “거리의 부스들은 따뜻하고 환한 불빛으로 사람들을 맞았다. 그것은 역동적이며 살아 있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노점은 음식을 팔지만, 동시에 중개자다”라고 말했다. 그 중개란 정서적 만족감을 확산시킨다는 뜻이다. 그는 언제든 노점이 있는 거리를 좋아한다. 짧은 서울에서의 체류 동안 ‘매운 쌀 케이크(떡볶이)’를 파는 거리에 서 있었다. 사람들은 고급식당을 좋아하는 것 같지만, 형식적으로 메뉴를 보고 웨이터에게 주문을 하고, 예의를 지켜가며 와인잔을 부딪치는 것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인지 반문한다. “그것이 우리가 노점에서 길거리 음식을 사 먹는 진짜 이유죠”라고 자백한다.

음식을 통해 당대의 문화와 사람을 보여주는 이 작업들은 지금 우리에게 소개되고 있다. 유쾌하게 실제 음식을 먹고 냄새를 맡으며, 예술가들(그들은 어쩌면 포장마차 옆자리에 앉은 익명의 친구들일 수도 있다)의 목소리를 듣는다. 이것은 생존과 탐식, 미식과 사치를 넘는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다.



▲호르헤 마이네스 루비오 작가 & 박찬일 셰프




글_박찬일
요리사다. 서교동과 광화문에 <몽로> 라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 재료로 이탈리아 요리를 재해석해서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백년식당> <뜨거운 한입> 등 몇 권의 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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