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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소리만 남은 공간 귀로 보는 전시

2016-06-15 | VIEW 1255

미술관 안에 소리가 전시되었다. 모든 가벽이 철거된 빈 전시 공간, 오직 소리를 통해 공간은 새롭게 태어났다. 김소라 작가는 여덟 명의 음악가에게 소리가 온전히 신체를 관통하도록 스스로 껍데기기가 되라고 요청했단다. 이번 전시는 제목 그대로 소리가 누군가의 무릎을 뚫고 들어가 그의 턱으로 빠져나간 관념적 사건. 굳이 말하자면 소리 전시이면서 아니기도 한. 이색적인 전시의 기획에 참여한 김소라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릎을 뚫고 턱으로 빠지는 노래-김소라 프로젝트
무릎을 뚫고 턱으로 빠지는 노래-김소라 프로젝트



<무릎을 뚫고 턱으로 빠지는 노래-김소라 프로젝트>를 위해 8명의 음악가에게 '비움의 소리'라는 지향점을 제시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참여 음악가의 반응은 어땠나요?
김소라 작가: 제안의 무게만큼 가볍게 여겨 주셨습니다.

황병기(가야금), 강태환(색소폰), 계수정(피아노), 박민희(정가), 손경호(드럼), 방준석(전자기타), 알프레드 하르트(색소폰), 최태현(전자음악) 등 8명의 작가를 선정한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김소라 작가: 개념적으로 가깝다고 여겨지는 분들이에요. 이런 난해한 협업을 기꺼이 받아들인 분들이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면서도 유연한 자세를 지닌 열린 음악가들입니다.

전시를 준비하며 작가들과의 협업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나요?
김소라 작가: <무릎을 뚫고 턱으로 빠지는 노래>는 프로젝트의 스코어이자 퍼포먼스를 위한 지침이었어요. 스스로가 껍데기가 되는 일, 의지를 내려놓고 소리가 온전히 신체를 관통하도록 온전하게 부유하는 일을 요청하는 지침이었어요. 더러는 만나면서, 더러는 전화통화와 이메일로 취지를 전달했습니다. 이후 일정을 잡고 녹음했어요. 물론 연습은 필요 없었습니다. 여덟 분 모두 쉽지 않은 이런 이례적인 지침에 나름의 방식으로 화답하셨고, 그렇게 만들어진 음원은 음악감독 장영규의 포스트 프로덕션을 통해 하나의 작업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에 미술작품이 아닌 소리 전시를 열었다는 것,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김소라 작가: 이번 전시는 그 현상으로서의 노래. 그리고 방법으로서의 노래가 두 개의 근작에서 비롯된 두 개의 단상으로 만들어진 작업입니다. 그 하나는 지금은 철수되고 없는 평양의 괴테 협회(Goethe Institute) 내 도서관이 가지고 있던 책에서 발췌한 지극히 보편적인 몇 개의 단어(붉음, 환영, 풍경, 노래, 떠남)로 진행한 작업인 이고, 또 다른 작업은 2015년 9월 13일 밤10시(세계표준시간), 모두가 다른 곳에 있는 열다섯 명 퍼포머들에 의해 2, 3분 가량의 짧은 시간 동안 있었던 동시적 퍼포먼스 작업인 <2, 3 (2015)>입니다. 은 특정 낱말이 갖는 의미만으로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저의 견해입니다만, 그것을 통해 소통 가능하다 여기는 지점이 얼마나 모호할 수 있는지, 각자가 바라보는 어떤 형태는 차라리 없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그 경계가 넓게 열려 있음을. 언어 이전의 언어를 통한 추상적 공유의 여지를 질문하고 시험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이번 작업의 방법론이 된 ‘목소리/바뀌는 (voice/alter)'은 <2,3> 퍼포먼스를 위한 열다섯 가지 지침 중 하나였습니다. 그것은 지속해서 위치가 바뀌어 종잡을 수 없는 도달점을 향하는 예측 불가한 운동유형을 뜻합니다. 소리가 누군가의 무릎을 뚫고 들어가 그의 턱으로 빠져나간 관념적 사건을 다루는 이번 <무릎을 뚫고 턱으로 빠지는 노래> 작업은 마치 신경 감각으로 구사된 풍경과 같이 파동과 번짐, 흐름으로 근경을 가득 채웠습니다. 감각의 편파적 사용으로(감각의 분절이라기보다는), 극도의 감각 불균형한 상태를 구현한 이 전시를 굳이 소리 전시라고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한편으로는 왜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작업인 에서 만약 ‘미술’이라는 단어를 다뤘다면 그 단어는 과연 저를 어떤 형태의 생각으로 이끌었을지 스스로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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