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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에서 양푸둥까지, 신소장품으로 만나는 근현대미술사

2017-04-20 | VIEW 714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올해 첫 전시 신소장품전 2013-16 <삼라만상: 김환기에서 양푸둥까지>을 8월 13일까지 개최한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미술관에서 수집한 작품 932점 가운데 주요작 121점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된 전시다. 전시명 ‘삼라만상’은 출품작 중 하나인 강익중의 작품명에서 가져왔다. ‘온 우주의 만물과 모든 현상’을 뜻하는 전시 제목에서 말해주듯 이번 전시는 근대에서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와 소재 그리고 작가들의 무한한 표현 영역을 아우르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소장품 전시는 특정한 주제 아래 작품을 선정하는 기획 전시와 차별성을 띤다. 관객들은 미술관이 수집한 작품들을 감상하며, 그 속에 내재된 미술사적 의미를 역으로 짚어내고 동시대의 미적 감각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번 신소장품전 또한 하나의 큰 주제를 내세우는 전시가 아니다. 대신 지난 4년 동안 수집한 소장품을 한 곳에서 전시해 근현대 미술의 다양성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전시는 5개의 공간으로 나누어 진행한다. 한국 근대기 미술의 변화와 흐름을 보여주는 제1전시실을 시작으로, 다양한 소주제로 들여다 볼 수 있는 4개의 전시실로 구성되었다.

제1전시실은 김중현의 '춘양', 김기창의 '정청', 이쾌대의 '여인 초상', 김환기의 '새벽#3' 등 근대기 주요 작품을 전시한다. 구상회화에서 신사실파, 추상, 그리고 현대적 수묵산수화로 이어지는 한국 근대기 미술의 흐름을 시간 순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별공간도 마련되어 분단의 현실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한 작품도 공개한다. 제2전시실에서는 평범한 일상을 소재로 자신만의 삶과 역사를 담은 동시대 작가의 작업 세계를 보여준다. 각각의 관점이 다른 만큼 무궁무진하고 기발한 표현으로 일상을 그려낸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다. 장지아의 '서서 오줌 누기', 안창홍의 '베드 카우치 1', 키키 스미스의 '코르사주'등 여성의 신체에 대한 작가들의 흥미로운 생각도 엿볼 수 있다.

경계가 주제인 제3, 4전시실은 일상과 작가들이 표현한 가상세계 간의 경계, 그리고 두 세계를 아우르는 작품을 소개한다. 전시실 중 가장 많은 관람 시간이 소요되지만 제3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작가들의 독특한 표현력을 경험할 수 있다. 제3전시실에서는 이용백의 '깨진 거울', 유현미의 '작업실의 우주', 김도균의 'sf.Be-5'를, 제4전시실에서는 다큐멘터리 연극 겸 퍼포먼스를 촬영한 임민욱의 '불의 절벽2'와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 이완의 대표작 '메이드인-대만, 태국, 캄보디아, 미얀마'를 관람할 수 있다.

마지막 제5전시실은 중국의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양푸둥의 죽림칠현 시리즈 중 '죽림칠현 III'과 '죽림칠현 IV'를 상영한다. 흑백 영상으로 그려지는 죽림칠현 시리즈는 7명의 20, 30대 젊은이들의 여행을 통해 오늘날 현대인이 상실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물으며 되돌아보게 한다. <삼라만상: 김환기에서 양푸둥>전을 통해 일관성 있게 이야기 해온 현대 사회의 다양한 이면을 살펴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눈여겨보면 더 재미있는 전시 포인트

지난 4년간 어떤 수집계획 아래 미술관의 소장품이 선정되었나?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관이 개관한 2013년부터 작품 수집정책을 보강해왔다. 기본적으로는 기존 소장품과의 연관성, 작가별, 미술사적 의미를 고려해서 소장품을 엄선하고, 연도별로 수집 방향을 달리했다. 2013년도에는 한국화, 2014년도에는 회화 및 조각, 2015년에는 조각 및 뉴미디어, 2016년에는 1970,80년대 실험 미술을 중심으로 작품을 선정했다. 다만 희소성이 높은 근대기 작품은 지속적으로 수집하여 한국 근대미술이 재조명되는 기반을 마련하도록 노력해왔다.
이번 신소장품전은 국내외 현대 미술의 특징, 미감, 개념을 드러내는 다양한 작품들과 작가들을 고루 만나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여기에 어떠한 작품이 수집되고 어떻게 활용되는지 소장품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갖고 전시를 감상한다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니 참고하자.

한국 현대미술의 근원을 보여주는 제1전시실

김환기, 새벽#3, 1964-65, 캔버스에 유채, 176.9 x 109.6cm

김환기(1913-74)는 1963년 상파울로 비엔날레 한국 대표 작가로 참여했으며, 2년 후 상파울로 비엔날레 측의 제안으로 14점의 작품을 특별전시에 출품했다. 본 작품은 그 중 1점으로 2016년도에 수집되었고,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수집한 최고가 작품이다.
김아타, 온에어 프로젝트 019 –DMZ 시리즈 8시간, 2003/2006, 디지털 크로모제닉 컬러 프린트, 179 x 238.8cm
김아타가 진행한 ‘온에어 프로젝트’는 장노출 (8시간, 25시간, 72시간) 촬영기법과 다중인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서부전선과 중부전선, 동부전선 155마일 비무장지대(DMZ)에서 3년 동안 진행한 작업이다. 장시간 노출을 통해 국경을 지키는 군인들의 자취를 지움으로써 세계 유일의 군사적, 정치적, 이념적 분단지역을 가장 평화로운 곳으로 변모시켰다.

일상의 다양성이 공존하는 제2전시실

안창홍, 베드 카우치 1, 2008, 린넨에 아크릴, 210 x 45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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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 카우치 1'은 2008년도부터 작업해 온 시리즈로서 주로 흑백의 인물 대작이다. 전통적인 누드화에서 보이는 에로틱한 면을 배제하고, 작가와 잘 아는 인물의 솔직한 모습을 몸을 통해 재현하고 있다.

경계를 포착한 제3전시실

이용백, 깨진 거울, 2011, 가변 설치 (6채널 비디오; 거울), 거울:186.2×253.7×15.5, 183×249.6×14.7, 120×75×10.5, 77.6×123.9 ×10.5cm
한국 미디어 아트의 대표 작가인 이용백의 작품이다. 거울 뒤에 설치된 LCD 모니터에 의해 거울이 깨지는 열상을 나타내는 구조로, 거울이라는 실제 사물이 지닌 물질적 느낌과 가상적 영상을 하나로 보여준다. 실제와 가상, 혹은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모호한 경계에 멈춘 듯한 느낌을 창출한다.
김도균, sf.Be-5, 2010, 디지털 크로모제닉 컬러 프린트, 180 x 220cm
사진작가 김도균은 공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보여주는 작업을 해왔다. Sf 시리즈는 Science Fiction 혹은 Space Fiction의 약자로, 물에 비친 초현대적 건축물의 모습을 담았다. 강렬한 색의 대비와 단순화된 형태로 구성되어, 마치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과 같이 연출했다. 건축의 형식 언어를 차용하여 사진의 미학적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제4전시실, 미디어가 보여주는 세계

임민욱, 불의 절벽2, 2011, 단채널 비디오(컬러, 사운드), 63분 51초
임민욱은 한국 사회의 근대화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상황들을 소재로 채택한다. '불의 절벽 2'는 고문피해자 김태룡과 정신과 의사 정혜신의 대화장면을 촬영한 영상으로 다큐멘터리 연극이자 장소 특정적 퍼포먼스다. 냉전 이데올로기와 국가 공권력에 의해 파괴된 한 인간의 일상성을 회복하기 위해 제작된 작품이다.
이완, 메이드 인-대만, 태국, 캄보디아, 미얀마, 2013-14, 4채널 영상 비디오, 13분 33초, 20분 55초, 10분 58초, 16분 26초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작가로 참석할 이완은 '메이드 인' 시리즈를 통해 동양과 서양, 피지배자와 지배자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아시아 내부에서 아시아를 바라보기 위해 직접 노동의 현장에 참가한다. 생산라인부터 마지막 결과물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촬영했고 결과물은 오브제로 함께 설치되어 있다.

제5 전시실, 죽림칠현

양푸둥, 죽림칠현 III & IV, 2006, 단채널 비디오, 70분
중국의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이자 촬영감독인 양푸둥의 대표작으로 5편의 흑백필름으로 구성되었다. 2007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모두 상영되었다. 중국 위진 정권교체기에 부패한 정치를 떠나 죽림에 모인 7인의 ‘죽림칠현’에서 모티프를 가져왔지만, 배경은 1950, 60년대로 바뀌었다. 7명의 20, 30대 젊은이들의 여행을 통해 우리들이 일상에서 상실해가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게 하고, 다음 세대를 위해 무엇을 남겨야 할지 묻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된 작품은 3편과 4편이며, 각각 도시를 떠난 시골생활과 유토피아를 상징하는 섬생활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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